더불어민주당의 순천(갑)의 김문수 국회의원은 지난 8일 국립전남의대 설치와 관련하여 정부의 진의(진짜 의도)를 감추려 우물쭈물하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의대 설치를 위한 문제 해결의 접근 방식을 3가지의 경우의 수를 적용하여 꼬치꼬치 캐물었다.
김 의원, “(의대 설치를) 한 대학만? 두 대학 모두? 공동의대? 어느게 맞다고 생각 하시나?”
교육부 장관, “지역의(전남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교육부장관의 확언을 이끌어내고자 매우 수준 높게 지능적으로 물었다. 즉, 교육부장관이 어물쩍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지 않도록 의대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설득형 질문은 아예 제쳐두고 (이를 달리 해석하면 의대설치가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설치의 방법론에 입각하여 질의했다. 이에 여의도에서 '검투사'로 불리고 있다는 김 의원의 예리한 예봉을 미처 피하지 못한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정부에서 임의로 정하지 않고) 전남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여 결정하겠다"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 답변은 예사롭지 않고 매우 의미심장하기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답변의 진의는 '전남도민이 숙의하여 결정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방법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의대 신설의 한 축을 맡고있는 책임있는 교육부 수장인 장관의 발언으로서는 처음으로, 여태 없었던, 그야말로 대단히 진일보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김 의원이 이와 같이 묻게된 배경이 된, 윤 대통령이 언급한 '어느'의 의미를 살펴보자. '어느'는 어떤 정도나 얼마 만큼의 수량을 특정하여 말하는 것이 아닌 '막연하게' 이를 때 쓰는 관형사이다. 고로, 윤 대통령의 진의는 전남지역에 의대의 설치가 마땅하다는 원론적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즉 설치를 하되 '어떻게' 라는 방법론을 연구해보라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 방법론의 연결선상에서 김 의원의 질의에 교육부장관의 답변을 얹으면 비로소 이해가 된다. 가령, 정부의 전남의대 예상 정원이 100명이라면 순천과 목포에 각 50명씩. 이처럼 대통령의 뜻에 반하지 않고도 된다는. 이 얼마나 대단한 혜안인가.
윤 대통령의 진의를 한 번 더 살펴보자. 만약 윤 대통령이 '어느'가 아닌 "'어떤 대학'에 설치할 것인지를 전남도에서 결정해서 알려주라" 라고 했으면 마땅히 순천대와 목포대 중에서 하나의 대학만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에 구속된다. 그런데 대상으로 삼을 것이 무엇인지를 물을 때 쓰는 관형사인 '어떤'이라고 하지 않고 분명히 '어느'라고 하였으므로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하지 않으면서 문제 해결이 된다는 취지로 김 의원이 설파한 거다.
김 의원은 이날 교육부장관한테 대통령의 진의를 잘 해석하여 결정하면 된다는 방법론적인 지혜를 줬다. 아마도 지금 쯤 교육부장관은 김 의원의 혜안에 감탄하며 고마워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분명히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전남지역에서 ‘하나’라는 명시적인 표현을 쓴 적이 없었다는 점까지 일깨워주는 등 매우 수준 높게 지능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며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에 한 걸음 더 성큼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