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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정체성과 신념의 가치가 충돌할 때의 우선 순위

정순종 기자   |   송고 : 2024-03-03 14:22:10

정치권이나 그 언저리에서 상대를 '정체성' 운운하며 공격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정체성이란 대체 무슨 뜻인가!

사전적 의미로의 정체성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이나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  하기도 하고, "사물이 발전하거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물러 있는 특성"이다.

 

이 정체성 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정치권에 접목하면 '기득권'이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체성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토플러가 자신의 저서 '제3의물결'에서 정의하기를, 수렵생활에서 농경 기술의 발견을 '제1의 물결'로, 기술 혁신에 입각한 현대를 '제2의 물결'로, 미래 사회의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과 정보 산업에 의한 대변혁을 '제3의 물결'이라 명명하여 칭하였다.

 

현대 산업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설령 그 의견이 선택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름의 가치는 존재하기 마련인데,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 즉 기득권을 강요하는, 더 내면의 본질을 살펴보면 정체성이라는 그럴 듯한 말로 상대의 신념을 유린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

 

정체성 운운하며 특정한 사회적 현상을 기존의 틀 안에 가두려는 발상은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를 상대에게 강요한 것은 정의 없는 일방적인 그릇된 충성심을 강조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체성의 동의어는 '기득권'이며, 반의어는 '신념'이다.

 

그럼 신념이란 대체 무슨 뜻인가!.

신념이란 굳게 믿는 마음으로, 정치인이 국민을 바라보며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하기위해 기로에 섰을 때 갖는 결기이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국민의힘(또는 민주당)에만 있었으니 정체성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정체성이라는 말 속에 숨어있는 기득권을 분명히 유지하고 있을 뿐 신념은 결여돼 있다.

 

시대가 진정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게 지도자의 길이지 변화를 꾀하지 않고 한 곳(또는 한 정당)에 오래 머물러 있다는 걸 정체성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은 기득권의 향유일 뿐이다.

 

그렇다고 누구처럼(?)입당과 탈당 복당을 반복하라는 말은 아니고, 무릇 정치지도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체성을 강요할 게 아니라 국민을 향한 신념의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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