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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곡성

조금은 다른 나만의 곡성여행

더 순천 기자   |   송고 : 2018-01-30 09:22:28

'관광택시’라는 말은 낯설지가 않다. 어느덧 손주를 보기 시작한 지금의 60~70대들이 싱그럽게 빛났던 20대 시절에 신혼여행으로 떠났던 제주여행의 기억을‘관광택시’라는 단어가 떠올리게 한다. 유행이 돌고 돌듯이 그때의 관광택시가 추억처럼 부활했다. 그것도 제주가 아닌 전라남도 곡성에서.

 

곡성에서 일반 영업용 택시를 운영하던 이들이 관광택시를 결성하게 된 것은 민선6기로 취임한 유근기 군수의 아이디어였다. 곡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소위‘콘크리트 사업’이라 부르는 관광개발보다 곡성 본연의 모습을 찾아내고 살려내고자 했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확신의 힘이 아니라 믿음의 힘이었다. 관광택시를 운영해보자는 제안에 관광택시기사 9명도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조금은 옛스러운 상품이라는 생각에“뜬금없이 웬 관광택시”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사실 곡성군은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시골이다보니 인터넷이나 여행책자에 실리지 못한 것들이 많다. 최근에야 섬진강기차마을이나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지만 치장하지 않은 진짜 곡성의 모습은 아직 모르는 이가 더 많다.

곡성관광택시는 이처럼 자가 여행자나 단체 여행자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곡성의 색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다.

 

곡성관광택시의 첫 번째 매력은 택시라는 운송수단이 주는 매력이다.

사람마저 끊임없이 교환가치로 비교 당하는 치열한 일상에서 우리들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남을 향한다.

남들이 어떻게 먹고, 입고, 마시고, 생각하는지 스캔하고 그들과 비슷해지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외부로 향한 시선이 자신을 향하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비일상적 행위 안에서는 타인의 것이 아닌 자신의 눈과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 감정, 생각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에 있어 목적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누구’와‘어떻게’가느냐이다.‘누구’와 여행할 지가 여행자의 고유 선택이라면,‘어떻게’여행할 지에 대해서는 보다 넓은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곡성군 관광택시의 출발이었다.

 

단체여행과 달리 택시를 이용한 여행은 타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혼자서 곡성을 찾거나 서로 거리낄 것 없는 편안한 사람들이 관광택시를 많이 찾는다. 자신을 성찰하기에는 좋지만 조금은 고된 걷기 여행과 편리하지만 조금은 산만한 단체 버스 여행의 어딘가쯤을 원하는 사람에게 관광택시가 제격이다.

 

두 번째 매력은 관광택시로 만나는 곡성의 풍경이다.

곡성관광택시를 타고 만나는 곡성의 풍경은 치기 어리게 자신을 뽐내거나 사람을 위압하지 않는다. 자신을 봐달라고 칭얼대지도 않는다. 다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스스로를 위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묵묵하게 세월을 견뎌낸 결과물이다.

 

곡성의 풍경은 항상 친근한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전라남도의 동부권에 위치한 곡성군은 면적의 70%를 넘는 크고작은 산들 사이로 숨길처럼 섬진강이 관통한다. 섬진강은 위로는 남원을 잇고, 아래로는 구례, 하동을 이으며 경계없이 흘러간다. 호남선 열차는 전북 진안군에서 발원한 섬진강과 비로소 곡성에서 서로 만난다. 기차는 상봉의 기쁨을 누리려는 듯 곡성역에 잠시 멈춰 사람들을 토해내고, 강을 따라 다시 내달린다. 산들이 만나는 곳에는 골짜기가 생겨나고, 골짜기는 다시 섬진강과 만나 수많은 생명들을 키워냈다.

 

더러 인간이 만든 생채기에도 곡성의 자연은 건강함을 잃지 않았다. 한때 건설붐이 휩쓸며 섬진강 일대에서 대대적인 모래채취가 일어났지만“섬진강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김용택 시인이 말했듯 섬진강은 모래가 파헤쳐진 곳을 토사로 채우고 갈대와 물버들을 키워냈다. 군락을 이룬 물버들나무들은 하천습지를 이루고,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 중에서도 2016년 환경부로부터 22번째 국가습지로 지정된 섬진강 침실습지가 대표적이다. 일교차가 심한 계절 이른 아침에 침실습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차가운 숨결로 여백을 그려내며 낯선 풍경을 선사해준다. 아울러 흰꼬리수리 등 7종의 멸종위기야생동물과 쉬리 등 32종의 담수어류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초겨울을 침실습지는 차가운 숨결로 여백을 그려낸다

 

곡성의 자연이 그려낸 풍경 속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더욱 친근하다. 통일신라시대 선종 구산선문 동리산파의 근거지였던 태안사는 입구에서 절까지 가는 산책길에서 호젓함을 느낄 수 있다.

 

섬진강문화학교에서는 독도 사진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조선 중기 호남 4대 정자에 꼽혔던 함허정에서는 당시 시인묵객들의 풍류가 엿보이고, 널찍한 반석위에 흐르는 계곡이 일품인 도림사는 원효가 창건하여 도인이 숲처럼 모여들었다 한다.

 

죽곡면 비봉마을 산 중턱에 자리잡은 비봉산방의 부부 도예가는 곡성을 닮은 도자기를 구워내며 손님을 맞는다.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곡성읍내는 도시의 세련됨 대신 투박한 정감을 느낄 수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은 듯 다른 저마다의 삶으로 곡성의 풍경을 그려나간다.

 

이와 같은 곡성 곳곳의 숨은 풍경과 이야기들을 알고 찾아가도 좋고, 모르고 찾아가도 좋다. 관광택시는 곡성을 조금 아는 사람에게는 곡성의 다른 면을, 곡성을 모르는 이에게는 진정한 곡성을 모습을 보여주는 가이드가 되어 준다.

9인 9색의 택시기사를 만나는 것은 곡성관광택시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기사에 따라 추천하는 장소가 다르고, 같은 장소를 여행한다해도 기사의 입담이나 개성에 따라 여행은 달라진다.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9명의 곡성관광택시 기사들 

 

회장을 맡고 있는 고병무 기사는 재미있는 입담이 특징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로도 10분은 이야기할 수 있는 그는 외부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언어로 풀어낼 줄 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류춘열 기사는 듬직하고 진지하다.

편안하고 듣기 좋은 톤으로 여행지에서 보고 느껴야 할 핵심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해준다. 박애자 기사는 유일한 여성기사로 인기가 많다.

운행이 없는 날이면 전통시장 옆에서 찐빵가게를 운영하는 친근한 아줌마답게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최종복 기사는 조용하지만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 유머가 가득하다.

 

소위 아재개그를 구사하지만 결코 지나치는 법이 없다. 김형근 기사는 겉으로는 무심한 것 같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누구보다도 여행자와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류택열 기사는 항상 열정이 넘친다. 여행자들의 불편이나 요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해결사다. 강진호 기사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여 성실한 자세가 몸에 배어있다.

하지만 색소폰을 즐기는 반전매력을 가진 로맨티스트다. 황진권 기사는 관광택시기사 중 가장 젊고 활달하지만,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은 샤이(shy) 가이다.

심판섭 기사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매력이다. 만화에서 나온 캐릭터처럼 여행자들보다 더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000명이 넘는 손님을 맞은 곡성관광택시는 계속해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정기적인 역량강화 교육을 통해 각 기사의 개성과 매력에 해박한 해설능력을 더한다. 곡성의 자연과 역사, 문화, 체험시설은 물론 SNS 활용법 등 매분기 학습을 통해 여행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그렇다고 관광택시 수입이 전체 수입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9명의 관광택시기사들은 한결같이 관광택시가 자신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일반택시가 승객을 이동시켜주는 제한적 역할이라면 관광택시를 통해 여행자와 이야기하고 교감하며 누군가의 추억에 함께 한다는 보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택시는 그들에게도 하나의 여행이 된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렌다. 그래서인지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는 알쓸신잡이니, 뭉쳐야뜬다니‘여행’콘텐츠가 봇물이다. 자, 이제 남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TV는 잠시 꺼 두자. 그리고 곡성관광택시로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조금은 색다른 자신만의 곡성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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