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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기자수첩] 새로운 기부문화 창출에 신기원을 연 정치인이 있다

정순종 기자   |   송고 : 2024-07-13 07:58:51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난이란 결코 자랑일 수 없다. 그렇다. 자랑꺼리일 수도 없고 많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가는 요즘, 잘 살고 못 사는 게 능력의 척도로 여겨지고, 경제적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여,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가치를 경시하는 황금만능주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적어도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에게있어 가난은 부끄럼이 아니고, 오히려 청렴이 하나의 정치적 표징이 되어야 할 터인 즉, 아무리 돈이 활개치는 사회가 되더라도 무릇 정치인은 청렴을 넘어 청빈해야 한다.

 

이쯤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회고해보자. 현직에서 정치를 하면서도 "돈을 벌려면 장사를 해야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고인의 유산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세력으로부터 이런저런 낭설이 무수히 회자되었지만 모두 다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일찍부터 정치 지망자들에게 '공적 의식 함양'을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분은 분명 시대를 앞선 선지자였다.

 

 

순천을 살펴보자. 순천은 고려시대 (충렬왕 때) 최석 부사가 으레이 받아야 할 말 여덟 필을 귀경한 후 돌려준 데에서 유래되어 청렴의 상징적인 고장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그런데 지방자체제 도입 이래 시장(부사)을 직선으로 선출한 이후 가장 부패하고 탈 많고 고소 고발이 난무한 도시로 몰락하여, 그야말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어 팔마비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어 부끄러움은 아무 잘 못 없는 시민들의 몫이 됐다.

 

그런데, 다행히 순천에도 관직에 오르기전부터 화려함과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어 청렴도 사치일 정도로, 삶 그 자체가 청빈한 정치인이 있다. 바로 지난 총선에서 순천...(갑)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김문수가 그 주인공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적 의식 함양'이라는 어휘를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이는 김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체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유독 강조하는 것이라 공간적 시간적 개념을 떠나 정치인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으로 궤를 같이 한다고 여겨진다.

 

그가 순천 아랫장 근처에서 예비후보 신분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을 때, 필자의 성격이 까칠하고 숫기가 없어, 아무리 국회의원후보라고 하더라도 살살 거리며 아첨과 아부로 상대방 비위 맞춰주는 내시 근성이 없어 혼자는 좀 어색해서 처음에는 지인과 함께 갔다. 물론 캠프 식구들과 친해진 후에는 혼자서도 몇 번 들른 적이 있었는데, 갈때마다 느낀 게 책상이며 의자, 컴퓨터 등 사용하는 여러 집기들을 보노라면 마치 고물상에 온듯, 들어서는 순간 동정심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비록 집기 등은 고물상 분위기였지만 후보를 비롯 몇 분 안 되는 정예 엑기스 참모들이 바삐 움직이며 생동감이 있어 보여, 뭐, 촉이랄까, 묘하게도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후일담이지만 그 지인도 그렇게 느꼈다고 회고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느낌이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당선 후 의원실 관계자가 여러 번 차 한 잔 마시게 들리라는 초청을 애써 외면하다가 석 달 쯤 지난 며칠 전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의 유세 취재 차 들렸더니, 큰 건물 구석진 모퉁이에 위치한 사무실에 으리번쩍한 집기들은 여전히 없었다. 필자가 고마워해야 할 것도 아니지만 고맙게 느껴졌다. 당선되기 전이나 당선된 후가 똑 같아서이다. 예의 겸손한 모습도. 그야말로 청렴을 넘어 청빈, 그 자체였다.

 

그런데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으로 받은 후원금은 공적활동으로 쓰지만, 이와 별도로 의정활동으로 받게 되는 자신의 월급(속칭, 세비)은 여러 군데, 그야말로 목구멍에 풀칠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기부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굳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이처럼 김 의원은 시대정신에 충실하고자 더불어 사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새로운 기부문화에 신기원을 열고 있던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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