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현직 단체장(시장, 노관규)이 지난 달 '북 콘서트'를 했는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순천의 지역경제는 더욱 어려워진 터라 이러한 행보는 매우 온당치 못하였다는 비난이 지역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다.
다만, 자신의 책을 정가만 받고 팔면 하등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는 정치인이 주도하는 출판기념회에서는 액수를 가늠할 수 없는 소위 '책 값' 이라는 명목의 '돈 봉투'가 은밀하게 오가기도 하고, 저자와 이런저런 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100권, 200권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정설이다.
오죽했으면 '출판기념회'가 아닌 '수금 기념회'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인데, 그러한 조소가 가능한 게 구매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의'를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값'을 임의로 정하여 여러가지 성격 즉, 뇌물성으로 상납을 할 수도 있어서이다.
출판기념회에서 파는 책은 정가보다 싸게만 팔지 않으면 된다. 현행법상 단 돈 100원이라도 싸게 팔면 유권자에게 '이익'을 제공하였다 하여 처벌받게 되지만 비싸게 파는 데에는 액수의 제한이 없다. 예컨대, 정가 1만 원짜리 책을 100만 원을 받든 1,000만 원을 받든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판매 방식은 두툼한 봉투 대신 출판사 관리 하에 행사장에 단말기를 설치하여 파는 방식인데, 그럴 경우 정가만 주고 사갈 게 뻔한지라 대부분 직접 파는 방식을 선택하는데에서 따가운 의혹의 시선이 뒤따른다.
지난 해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국회의원의 경우 장롱에서 발견된 '3억 원 현금다발'의 출처에 대해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후원금의 일부"라고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받았길래 서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3억 원의 돈이 '일부'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인이 자금을 형성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개인이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어도 개인이나 단체가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구입하는 돈은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출판기념회에서 거둔 수익은 공개할 의무도 없어 노 시장을 포함하여 아직 그 누구도 양심껏 공개한 적이 없다. 또 후원금과 달리 책 판매 대금은 회계상 정치자금이 아닌 경조사비로 구분돼서 사용처도 자유롭고 과세 대상에서도 빠져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기로 자금세탁에 용이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급기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정치권에서는 비록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이처럼 대중을 모아 지지세를 과시하며 책을 파는 방식에 대한 금지책으로 이번 총선에서 여러 정치개혁 방안 중 출판기념회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정치인의 특권 내려놓기와 함께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한편, 순천에서 출마하는 신성식 예비후보는 출판기념회를 서울에서 한 차레 연 후 또 순천에서 열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는데, 이와 달리 소병철 예비후보와 손훈모 예비후보는 지역민에게 부담을 지우고 지지자를 돈으로 줄 세우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며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