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차림에 전통 갓을 쓴 남경(南炅) 김현선 선생이 『논어』의 주요 문장을 판서하며 공자 사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어, 최종천 교수가 공자의 사상을 서양철학과 비교한 후, 학생 개개인의 삶에 철학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를 제시하며 강의를 끝맺는다.
수업 중간, 남경 선생의 서예 작품을 펼치며 묵향에 담아낸 동양의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등 두 전공자는 상대방의 수업을 경청하며 이를 조화롭게 풀어나간다.
국립순천대학교 2018학년도 1학기 교양과목으로 처음 선보인 ‘공자와 칸트’는 지난 14일 종강하며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교과목은 자기개발 핵심교양과목으로, 학생들의 정신적 가치와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했다.
철학과 최종천 교수는 “이 강의를 통해 동‧서양 철학을 통섭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학생들 스스로 서로 다른 사상을 아우르는 융합의 힘을 길러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유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교과목 개설 사유를 밝혔다. 최 교수는 『칸트 철학사상연구』 등의 저서와 ‘니체철학에서 양심의 가책’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남경 선생은 순천 지역에 위치한 (사)남경문화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동양고전과 한문학, 전통서예 교육 외에도 순천대학교박물관 고서 등 지역의 고문헌 자료 번역에 힘쓰고 있다. 7살 때부터 20년간 서당공부를 했고, ‘한국의 큰 선비’로 일컫는 겸산(兼山) 안병탁 선생과 송담(松潭) 이백순 선생의 제자로 다년간 한학을 공부했다.
마지막 강의를 통해 그는 “6년 전부터 순천대학교박물관에서 재능기부로 고전교실을 운영해온 인연으로 강단에까지 서게 됐다”며 “순천대 학생들이 공자의 말씀을 새겨듣고, 인(仁)과 예(禮)를 섬기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천 교수는 “이번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작년 가을부터 논어를 다시 정독해왔다”면서 “처음 시도해본 수업인 만큼 미숙한 점도 있지만,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순천대는 지난 4월 전국 국공립대학 최초로 ‘교양융합대학’을 신설하여 학생 중심 교양교육의 질적 향상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통섭형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형 교과목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공자와 칸트’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전공자 2명이 동시에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존 수업 방식을 탈피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2018학년도 2학기에는 김현선 선생과 최종천 교수가 또 다시 호흡을 맞춰 ‘장자와 니체’ 교과목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으로도 순천대는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한 교과목을 꾸준히 발굴하여 급변하는 대학환경에 대비하는 창의혁신 국립대학으로의 명성을 이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