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이 6, 70세인 세대가 태어나던 '50년대 '60년대 무렵 마을 사람들끼리의 아침인사는 대부분 "진지 잡수셨습니까."였다. 그런데 굶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요즘은 오히려 뱃살을 빼려고 아침밥을 일부러 굶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이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신분제가 엄격하던 갑오경장 이전만 하여도 평민 이하 층은 하루 세끼를 다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하니 밥을 먹었냐고 묻는 게 대표적인 인사말이 된 것도 별 무리는 없이 그럴 듯도 하다.
그런데 사회가 산업화되어 가고 서구화되어 가면서 먹을 것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지만 대신 다양한 여러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다 대중들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어처구니없는 윤석열 발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공항에서의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사고였다.
걸핏하면 대형 사건과 사고가 잇따르는 요즘은 식사 개념의 진지 대신 상대방의 일신상의 안녕도 아닌 '마음의 안녕'을 묻는 시대가 됐다. 다 지도층의 잘못에서 비롯된 인재다. 그리고 그 인재로 집단적 고통을 받고 있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치력 제로인 검사출신 윤석열이 전 국민을 피의자로 인식하였는지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신시설이라고는 고작 종이신문과 흑백TV밖에 없고, 개인 간에는 전신전화국에서의 전보로 소식을 전하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조치인 계엄을 통해 돌파하려고 했으니 실패는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다. 통행금지도 획책하려고 했다고 하나 그 조치에 따를 국민이 있었을까 싶다.
무안국제공항에서의 사고 역시 사실상 예상된 인재였다.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은 항공기가 착륙 직전 철새와 충돌 후 엔진 가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동체로 착륙하다가 착륙 유도 장치 시설물(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는 게 현재까지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잇따르며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질 지경이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매일경제에서 가져옴
이에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반복된 사건·사고로 인해 국민 트라우마가 2중, 3중으로 누적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계엄·탄핵 사태와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일지라도, 모두 트라우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트라우마는 산술적으로 누적된다. 국민 심리 회복 지원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다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신의학 전문의인 심 센터장은 "사건·사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바이캐리어스(Vicarious) 트라우마’로 불리는 일반 국민·재난대응인력의 ‘대리 외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한 번 겪게 된 트라우마에서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에 또 다른 충격이 발생했을 때는 묻어뒀던 기억까지 활성화된다고 했다.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면 심리적 고통은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심 센터장은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추가 자극을 받지 않을 것이며, 둘째,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만드는 등 스스로 익숙한 환경을 조성할 것과, 그리고 자극으로 인해 고통이 나타날 경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뉴스도 객관적 사실을 얻는 목적으로만 보고, 자극적인 영상이나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안내하는 유튜브 채널 시청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심 센터장은 “사건 초반에는 유족의 심리 지원에 집중해야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난 이후엔 재난대응인력과 해당 사건으로 간접적인 충격을 받은 국민에 대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찌된 노릇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호를 받는 시대에 사는 게 아니라 반대로 그들로부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